항생제란 무엇인가요?
항생제는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을 치료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물입니다. 세균의 성장이나 증식을 억제하거나 직접적으로 사멸시키는 작용을 하는데 바이러스나 진균에는 효과가 없기 때문에 감기나 독감과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항생제의 작용기전
1. 세포벽 합성 억제제
이 계열의 항생제는 세균의 세포벽, 특히 펩티도글리칸이라는 다당류 구조체의 합성을 방해합니다. 세포벽은 세균이 삼투압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필수 구조인데, 이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세균은 부풀어 터지며 죽게 됩니다. 세균의 껍질을 무너뜨리는 방식입니다.
페니실린계와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는 펩티도글리칸 가교형성에 관여하는 효소(PBP: Penicillin Binding Protein)에 결합하여 세포벽 합성을 억제합니다.
카바페넴계와 모노박탐계 역시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작용하나, 내성균에 대한 스펙트럼이 넓거나 특정 균주에 더 특이하게 작용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런 약물은 대부분 세균을 직접 사멸시키는 ‘살균성’ 항생제입니다.
2. 단백질 합성 억제제
세균의 리보솜은 사람의 리보솜과 구조가 달라, 선택적으로 세균의 리보솜에만 작용하는 약물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이 계열 항생제는 리보솜의 30S 또는 50S 소단위체에 결합하여 단백질 합성을 방해합니다. 세균의 생존에 필수적인 단백질 생산을 차단하는 것입니다.
테트라사이클린계는 리보솜 30S 단위에 결합하여 tRNA가 mRNA에 결합하는 것을 막아 단백질 합성을 억제합니다.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는 30S에 결합하여 잘못된 아미노산이 삽입된 비정상 단백질을 생성하게 하여 세균을 사멸시킵니다. 대부분 살균성입니다.
마크롤라이드계, 클로람페니콜, 린코사마이드계는 50S 단위에 결합하여 펩타이드 결합 형성을 억제하거나 리보솜 이동을 방해합니다. 일반적으로 정균성(성장을 억제) 항생제로 분류됩니다.
3. 핵산(DNA 또는 RNA) 합성 억제제
세균은 분열을 위해 DNA를 복제하고 전사하여 RNA를 생성해야 하는데, 이 과정을 방해하는 약물입니다. 세균의 유전정보 복제를 방해하는 것입니다.
퀴놀론계는 DNA 회전을 풀어주는 효소인 DNA 자이레이즈(gyrase)와 topoisomerase IV를 저해하여 DNA 복제를 차단합니다. 대표적으로 시프로플록사신이 있습니다. 살균작용을 나타냅니다.
리팜핀은 RNA 중합효소(RNA polymerase)에 결합하여 mRNA 합성을 억제합니다. 주로 결핵 치료에 사용되며, 강력한 살균 작용을 보입니다.
4. 엽산 합성 억제제
세균은 엽산(folic acid)을 스스로 합성해야 생존이 가능한데, 인간은 이를 식이로 섭취하기 때문에 이 경로는 선택적인 항균 작용의 목표가 됩니다. 세균만의 대사경로를 차단하는 것입니다.
설폰아마이드계는 엽산 합성의 첫 단계를 억제합니다. PABA라는 엽산 전구체와 구조가 비슷하여 경쟁적으로 작용합니다.
트리메토프림은 엽산 대사의 마지막 단계인 디하이드로엽산이 테트라하이드로엽산으로 전환하는 것을 억제합니다.
두 약물을 병용하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며, 박트림(Bactrim)이라는 복합제제로 널리 사용됩니다.
5. 세포막 작용제
세균의 세포막은 세포벽보다 안쪽에 존재하며, 세포의 내용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세포막을 직접 파괴하는 작용을 합니다.
폴리믹신 B, E (콜리스틴)는 세포막 인지질과 결합하여 막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누출을 유발합니다. 주로 다제내성균에 사용되며 신장 독성의 위험이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6. 기타 특이 작용 항생제
푸시드산: 단백질 합성 과정 중 연장에 관여하는 EF-G 인자에 작용하여 합성을 차단합니다.
무피로신: tRNA와 이소류신의 결합을 억제하여 단백질 합성을 억제합니다. 주로 피부 연고로 사용됩니다.
항생제 사용 시 주의해야 할 부작용
항생제는 강력한 치료 효과가 있지만, 잘못된 사용이나 장기간 사용 시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1. 위장관 증상
항생제는 장내 유익균까지 함께 죽이게 되어 설사, 복통, 메스꺼움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클린다마이신과 같은 일부 약물은 Clostridioides difficile 감염을 유발하여 심한 설사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2. 알레르기 반응
페니실린 계열 항생제는 발진, 가려움증, 드물게는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알레르기 병력이 있다면 반드시 의사나 약사에게 알려야 합니다.
3. 신장 및 간 독성
아미노글리코사이드나 일부 항생제는 신장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으며, 간에서 대사되는 약물의 경우 간 수치 상승이나 간 기능 이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4. 항생제 내성
항생제 사용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내성균 출현입니다. 내성균은 기존 항생제로는 더 이상 치료가 어려운 균주로, 사회적·의료적으로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필요할 때만 정해진 기간과 용량대로 복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항생제는 세균성 감염 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중요한 약물이지만, 잘못 사용될 경우 심각한 부작용과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약사는 환자분들이 적절한 항생제 사용에 대한 정보를 이해하고, 복용 시 주의 사항을 정확히 숙지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항생제를 처방받았을 때는 반드시 복약 지도를 따라 복용하고,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지 않으며, 남은 약을 타인에게 나누어주거나 보관하는 일도 삼가야 합니다.